[리뷰] 북유럽의 외로운 늑대! 핀란드 - 정도상 지음


최근 핀란드 VTT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수행중이라 핀란드 연구원들과 함께 일을 할 기회가 많아서 핀란드에 관심이 많았던 차에.. 페친께서 추천해준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언어학자로 핀란드어와 언어역사학 전문가이신 정도상 박사님께서 그들의 정체성, 역사, 언어, 사회, 의식구조에 대해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몇 년전 학업성취도 관련 광고에서 소개된 이후로 핀란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져서 핀란드 관련 도서가 몇 권 출판되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거의 겉핧기 수준의 내용이거나 일본 책의 번안 수준이었는데 비해 이 책은 저자가 핀란드에서 4 년을 생활하면서 수집한 내용이라 매우 상세한 정보가 인상적이다.

핀란드

핀란드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아는지? 지정학적으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나라이다. 보통 유명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와 함께 바이킹족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인종적으로는 북유럽 게르만족이 맞지만 민족적으로는 바이킹족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 민족이 영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국가, 언어, 문화가 아닐까? 국가가 없었던 핀란드인들이 스웨덴, 러시아의 500년 식민지로부터 1917년에 독립해서 국가를 만들었고 그뒤에도 독일, 소련과 끊임없는 전쟁을 하면서 국가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독립 당시 핀란드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핀란드인이 전체 인구의 10% 밖에 안되었고 일년의 반인 6개월을 영하20~30도까지 떨어지는 겨울로 지내는 척박한 환경에서 강대국 사이에서 영토를 지켜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민족적 자긍심을 국제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2차대전이 끝난 후 1952년에 헬싱키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유럽의 변방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던 역사도 있다.

핀란드 언어는 세계적으로 배우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핀란드 언어는 영어, 독일어족이 아니라 우랄어족이다. 어순은 S+V+O 이지만 ~를/이/가 등의 조사와 어미가 붙은 형식이라 영미권 학생들은 핀란드 언어를 배우기 매우 어렵다. 핀란드인의 핀란드어 사랑은 특별해서 어원론이나 문법 관련 연구가 지나칠 정도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덕분인지 인상적인 것은 한국어에 대한 문법책을 쓴 최초의 외국인이 핀란드인이라는 것이다. 핀란드 학자 람스테트(G. J. Ramstedt)가 1949년에 쓴 <한국어 어원론 연구(Studies in Korean Etymology)>이 유명하고 아직도 한국 학자들이 참고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핀란드가 우리에게 알려지고 유명해진 것은 두가지라 볼 수 있다. 노키아(Nokia)로 대표되는 IT 강국과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는 나라라는 것. 그외에는 자일리톨 껌 정도?

노키아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원래 목재 관련 국영기업이었는데 80년대 경제위기 시에 모바일 분야로 변화를 시도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 스마트폰 열풍에 어려움이 많지만 핀란드인의 실용적이면서도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으로 잘 해쳐나갈 것으로 본다. IT 기술외에도 디자인, 특허, 소재 관련 원천 기술 개발 등 인재가 필요한 분야에 핀란드인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자국어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데 비해서 학교 수업과 기업에서의 공식 언어로 영어로 사용해서 거의 영어가 공용어 수준으로 통용되는 나라이다. 그 비결에는 수업시 영어 사용, 더빙없는 영화방송, 성적과 경쟁이 없는 수업 등 많이 특징이 있지만, 핀란드에서의 영어 교육의 성공 비결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모국어 지식의 활용
  2. 쓰기 교육의 강화
  3. 영어로 이루어지는 수업의 유연성
  4. 4지선다형 시험의 배제
  5. 한 방향으로 치우친 교육의 배제
  6. 제한된 교육과정의 철폐
  7. 영어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
  8. 원어민 교사들의 퇴출

이런 내용은 영어교육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과정을 핀란드인이 이미 이룩해냈다고 본다.

참고로, 교통이 불편하던 시기 동일 지역내 결혼만이 가능하던 시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이가 약한 사람들이 많아서 치의료 기술이 발전되었고 그 안에 자이리톨 껌이 개발되었다는 에피소드도 인상적이다.

핀란드는 유럽의 강국 러시아, 독일, 스웨덴 사이에 위치하여 민족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위협을 받았던 역사가 있다. 이러한 위험 속에서 민족과 국가를 유지하기 위하여 사회적인 합의와 결단을 해왔고 그 결과로 국어(핀란드어) 교육 강화, 국민 개인의 세계적인 우위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서비스(교사 우대, 영어 수업, 선진 교육시스템), 노키아로 대표되는 IT 기술 지원을 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주는 핀란드인에 대한 느낌은 스스로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진 민족이고 그들의 존재를 위해서 끊임없이 합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핀란드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광범위하고 소개되고 있다. 멀리 있어 생소하지만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주는 핀란드인의 삶과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 본다.

ps.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친구들 덕에 혹시나 핀란드를 방문하게 되면 얼음 호수에서 수영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짖꿎은 놈들이 사우나후 얼음 수영이 몸에 좋다나 뭐라나.. ㅠㅠ 그저 무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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