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래의 강영구 선생님의 지적에 통탄한다.

R&D 라고 하면 연구와 개발인데..

우리나라는 앞서가는 연구에는 관심이 전혀 없고

그저 남이 만들어 좋은 이론을 채우는 개발에만 투자를 한다.

실패 위험이 가득한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연구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남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가는 추격형 연구만 하고 있다.

과거의 한국은 서구 과학과 공학 결과를 열심히 복제하고 발전시켜서 경제발전을 이루어 왔다.

나름 잘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역할이 중국에 이미 넘어갔고, 경쟁도 되지 않는다.

이제 추격형 연구는 대폭 줄이고, 선도형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어렵고 막막한 시작이 되겠지만, 이제는 성공률 99%의 연구는 그만해야 한다.

………..

[국내 연구개발의 구조적 한계] - 강양구

우리나라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평가 기준은 논문과 특허다.

특히 대학들은 논문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누가 더 임팩트팩터가 높은 저널, 혹은 SCI/SCIE등에 투고했는가가 평가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에는 좀 숨겨진 단점, 혹은 맹점(loop-hole)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누군가가 파란색 염료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연구를 하고, 이걸 세계 최초로 논문과 특허로 발표했다(물론 그냥 예이다. 이미 이건 논문거리가 아니니).

이런 연구는 당연히 해당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한 break-through를 이루어낸 논문이 된다.

그러면 후속연구들이 뒤따른다.

파란염료는 린넨에는 잘 되지만, 나일론에는 잘 안된다.

파란염료를 세탁할 때 알콜을 조금 넣으면 원래 색으로 돌아간다 등등.

이러한 연구와 논문들은 물론 연구가치는 있지만 해당 분야에 break-through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문제는 이게 전자와 같은 논문을 쓰나, 후자와 같은 논문을 쓰나 국내 연구개발 생태계에서는 똑같은 결과로 취급된다는 거다.

아니 차라리 후자와 같은 논문을 무수히 많이 쓰는게 남는 장사다.

해당 분야에서 break-through를 얻어 낼 수 있는 연구와 논문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확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이런 연구에 매진하는 건, 우리나라 연구개발 생태계에서는 그냥 연구자로서는 자살하겠다는 거나 매 한가지다.

더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저런 break-through형 연구는 연구자가 “내가 역사에 길이 남길 연구를 해야지”라고만 해서는 결코 해 낼 수 없다는 것도 있다.

이건 해당 분야에서 맞딱드린 난제, 현행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기술적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해야만 도전이 가능하다.

국내에는 특정 도메인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와 현행 기술의 한계(이런걸 Technology Gap이라고 한다)를 명확하게 인지해 내는 연구자나, 연구집단이 거의(솔직히는 전혀) 없다.

세계적인 연구를 할 만한 구조적체계가 안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연구개발 결과는 늘상 미국이나 유럽에서 어떤 새로운 프레임이 나오면, 이에 대한 미세한 연구나 성능개선 연구만 진행되고 결과도 늘 그정도 수준에 머문다.

사실 이게 연구자들에게는 편하긴 하다. 논문쓰고, 특허내기에 쉬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당연히 해당 분야의 모든 항목을 시도해 볼 수 없으니, 당연히 웰컴이다.

임패트 높은 저널에도 언제나 좋은 논문만 실리는 게 아니니, 이렇게 그냥 사람을 갈아 넣고 시간을 들이면 되는 연구결과들도 당연히 게재가 된다.

문제는 이러한 연구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확대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정부와 각 기관들의 ‘R&D평가체계”라는 거다.

양적인 논문과 특허로만 평가되니, 정말 의미있는 연구를 통해 break-through형 결과에는 누구도 관심이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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